2023. 8. 23. - 9. 9.
⟪BLACK FOUNTAIN_검은 샘⟫, 유남권 개인전
서문 | 김가원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처음 유남권의 작품을 마주했을 때 떠오른 질문이었다. 설명할 수 없는 이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물리적 힘이든 정신적 힘이든 ‘힘’이란 무릇 그 힘을 발휘하는 주체나 원천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살아있는 주체가 없는 작품에서 힘이 느껴진다면, 보이는 형상 너머 그 힘의 원천이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작업의 전 과정일 수도 있고 때론 삶의 태도일 수도 있다. 유남권의 작품 역시 그 모두가 녹아있었고, 그리고 샘솟고 있었다.
‘Black Fountain’, ‘검은 샘’이라는 제목처럼 샘솟는 그 힘은 우선 주된 재료 ‘옻’으로부터 시작한다. 옻은 재료의 필연적인 성질로 인해 매 중첩 사이 건조시간이 요구된다. 한 번에 표현할 수 없고 하루에 한 번 작업과 기다림의 시간을 반복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 대해 유남권은 자신의 삶을 살 듯 표현했다. “조급할 수 있는 순간에도 기다리게 되고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그 자체를 받아들이게 된다.” 특히, 그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 성질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일반적으로 ‘옻칠’을 할 때 거치는 균일하게 다듬는 과정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는다. 옻이 종이에 젖고 마르고 겹치며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예측할 수 없는 형상을 있는 그대로 사용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정면에 있는 작품 ‘Untitled’에는 이 과정이 응축되어 있는데, 힘을 빼고 무수히 흘리는 과정을 반복하며 나타난 형상은 앞선 것을 가리지 않고 오히려 서로 반응하며 각 순간을 유의미하게 만든다. 이는 그도 동의한 것처럼, 우리가 경험하는 삶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우리가 살면서 겪는 많은 일들은 그보다 앞선 경험들이 조금씩 쌓여 서로 영향을 미쳐 일어난다. 그것이 꼭 원인과 결과가 있지 않더라도, 매 순간은 지워지거나 사라지지 않고 얽히고설켜 조금씩 변화되어 나타난다. 덮어지지 않아서일까. 이렇게 드러난 형상은 중첩이라기보다는 서로 단단히 얽혀있는 듯, 처음과 끝을 알 수 없는 힘을 발휘한다.
단단한 힘, 그 힘은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조용히 자신의 삶을 살았을 때, 결과보다 과정에서 그 가치를 소홀히 하지 않았을 때 그 힘은 샘처럼 자연스럽게 넘쳐흐른다. 자신을 이끄는 내재적 힘 역시, 그것은 꾸준함으로부터 솟아난다. “자기 자리에서 꾸준히 하는 작가”이고 싶다는 유남권의 말처럼. 그리고 그 힘은 반드시 주변에 전이된다.
작가 유남권 NAMGWON LYU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하였으며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13호 옻칠장 박강용 장인의 이수자이다. 전통 옻칠 기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다양한 분야에서 작품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주요 전시로는 <보안여관_묘합 ’레빗홀‘>, <예올x샤넬 프로젝트>, <Dansk ‘지태칠기’> 등이 있다.
수직으로 낙하하듯 흐르는 칠들은 색을 머금고 흐르거나 정체되며 고르지 않는 종이의 표면을 채워나간다. 흐른 칠의 길들이 뒤엉켜 진한 형상을 만들어 내며 추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작업은 첫 획부터 구상으로 시작하여 이전의 획에 따라 다음이 정해지고 쌓이는, 응집된 기운을 뿜어낸다. - 작가노트 중
BLACK FOUNTAIN | 유남권 개인전
전시 기간 | 2023. 8. 23. - 9. 9.
관람 시간 | 화-일 1-6pm [월요일 휴관]
전시 장소 |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9길 30 지하 101호
글 | 김가원
전경 사진 | 허유
주최 | 플루리포텐트 아트 스페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