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UN LEE

  • 2024. 8. 30. - 9. 9.

    ⟪THEA⟫, 이주선 개인전

    서문 | 이주선

    본 전시의 제목 THEA는 ‘보다, 목격하다.’의 그리스 어원이다. 이것은 이주선이 작업을 통해 관객과 향유하고자 하는 지점과 닿아있다.  유럽과 한국에 살며 인지적으로 분류한 카테고리에서 파생된 자기 증명은 작업의 모티브가 되었다. 예술을 통해 이를 드러내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소외와 오해는 이주선이 곧 작업 의도의 경계를 넓혀 행위와 감상에 집중하도록 했다.

  • 이주선의 작업은 조각, 설치,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아우른다. 또한 작가 내면의 영감과 장소 특정적 표현법은 시간적 차원 위에 놓여 서로 대조되고 융합된다. 그는 작업을 통해 이러한 감정의 설정과 변화를 세심하게 인지한다. 또 그것이 향유자에게 어떻게 감각되고 도달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포함하고 배제하는지 유념한 채 작업을 이어간다.

  • 이 공간을 점유하는 설치물은 천장에 금속 사슬이 매달려 떠 있는 듯하면서도 이질적이고 틈이 많다. 다양한 재료로 구성된 설치물은 개방성과 투명성 덕분에 신비롭고 초대적이지만, 부분적으로는 좁아져서 다가가는 것을 가로막는다. 이로 인해 생기는 내부와 외부의 구분, 이중성 그리고 상호작용은 이주선의 작업에서 중심적인 요소가 된다. 구분하고 나누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해 속성과 특징이 두드러지는 것은 지키고 받아들여야 하는 기준이 늘어나는 것과 같다. 기준들은 또 다른 구분을 낳는다. 

  • 존재의 영역을 규정하고 구분하는 것의 무의미함에 대한 이야기는 이주선의 퍼포먼스로 잘 드러난다. 답을 내리는 순간 답답한 틀에 갇혀버리는 것과 같은 역설 속에 그의 퍼포먼스는 자신에 대한 하나의 실험이 된다. 이주선은 자신의 주제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불확실성의 진정성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참여시키며, 소통하려고 시도한다. 이것은 자신의 작업이 개인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그 존재로서 다른 이들의 소통의 창구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 각자의 슬픔은 다르고 그것을 서로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다. 오묘하고 추상적인 감각들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표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개인의 사건을 뒤로한 채 감정만으로 위로받을 때 그 공유와 연대감은 극대화될 수 있다. 이주선은 스스로를 탐구하고 예술로서 향유하며 그것이 다시 누군가의 부분이 되고 또 작가의 영향으로 되돌아오는 순환의 확장을 기대한다. 

  • 인터뷰_전시를 준비하며

    PAS | 작가님께서 직접 쓰신 서문은 철저히 제3자의 시선으로 쓰여 있어요. 의도적으로 이주선의 밖에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마치 제목 ‘THEA’ 처럼요. 혹시 작가님도 어떤 것의 목격자이신가요?

    이주선 | 저는 이해받고 싶은 사람이에요. 하지만 잘 이뤄지지 않았어요. 실컷 설명해 이뤄낸 감정의 공감도 마치 찰나같이 지나가고 또 혼자 남아 공허해졌죠. 그리고 다시 또 누군가에게 저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해받길 원하고 또 실패하고..  점점 늪에 빠졌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혼자 지내보기를 결심하다가 또 넘어지면서 타인과의 연대보다 저 자신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어요. 내가 왜 이럴까. 왜 자꾸 나를 보여주려고 할까. 이 감정들은 어디서 시작한 걸까 고민하다가 제 안에 있던 오래된 감정들을 발견했어요. 그것은 마치 이미지처럼 다가왔는데 푹 젖은 수건 안에 어린아이가 웅크려있던 형태였어요. 가까이 다가가기엔 도망갈 것 같고 또 멀어지기엔 옆에 있고 싶었어요. 그렇게 목격한 채로 거리를 유지하며 그 감정들을 알아가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제 자신을 이해하게 되고 혼자 있는 게 더이상 남겨진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게 됐어요. 그 후로 너무 개인적인 감정이 들거나 그것에 대해 작업하게 되면 목격자의 시선으로 좀 더 객관적으로 글을 쓰게 됐어요.  

  • PAS | 작가님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서문에서 언급하신 “인지적으로 분류한 카테고리에서 파생된 자기 증명”이 어떤 의미인지 좀 더 궁금해지네요.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주선 | 한동안 저는 틀 안에 있는 것을 불편해하면서도 또 안정감을 느꼈어요. 시키는 거 잘하고 하기 싫은 거 꾹 참고 해서 칭찬받기를 원했죠. 튀는 것, 특이한 것을 자제했고 하고 싶은 것보단 해야 하는 것을 하는 게 익숙했어요. 특히 성 정체성에 대해선 그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깨닫기도 전에 모두에게 숨겨야 한다고 느꼈고 그렇게 더 겉으로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됐어요. 그러다 드디어 제 목소리에 힘이 생겼을 때  자유로운 동시에 무섭더라고요.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 같았어요. 그때부터 버릇처럼 상황과 사람을 파악하려고 애쓰고 내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지냈어요. 더 세심하게 관찰하게 됐고 제가 누구인지 계속 비춰보려고 했어요. 유럽으로 환경이 옮겨진 후에 더 크게 막막해지더라고요. 그러면서 멋대로 행동해 보기 시작했어요. 타인을 통해 나를 비추어 보던 어떤 막이 걷히고 제가 저를 제대로 보기 시작했죠. 그렇게  자유로움과 붙어있던 무섭고 막막한 느낌이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으로 치환됐어요. 사는 게 그때부터 재밌던데요?

  • PAS | 마지막으로,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구분, 경계, 기준” 이란 어떤 것일까요?

    LEE: 무언가를 들키기 않기 위해서 아니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필요했던 것들이었어요. 유럽에서 예술을 시작하고 제가 저와 가 까워진 후에는 그것들이 저와 타인을 구별하는 정도의 역할이 됐고요. 서로를 존중하기 위한 틈, 공간인 거죠. 무언가를 어떤 기준으로 나누면 언젠가는 한 쪽을 선택해야 하기도 하잖아요. 그것이 힘들었어요. 결국 선택을 미루고 미루다 경계를 없애는 쪽을 택했어요. 경계가 없어지니 선택할 것도 없더라고요. 존재하지만 침범하지 않고. 정의되지만 의미가 곧 바뀌기도 하는 것들 가운데 제 자신도 정제할 필요 없이 그대로 두게 됐어요. 이제 저에게 경계는 2차원으로 존재하던 바운더리과 프레임보단 유연하게 겹쳐지고 율동감이 있는 3차원의 공간에 가까워요. 마치 생각들을 어딘가로 밀어 넣고 뚜껑을 덮고 정리하려고 했다면 이제는 조금 어질러진 채로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는 느낌과 비슷한 것 같아요. 가끔 무엇을 어디에 뒀는지 잊어버리지만 그것도 괜찮고요!

  • 작가 이주선 JUSUN LEE

    이주선 (b.1992)는 비엔나 예술 아카데미에서 공간전략과 설치미술학부를 졸업하고 현재 베를린 예술대학교에서 설치미술과 퍼포먼스 심화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2024년 4월부터 비엔나 시립비술관의 그룹전시 ‘Come as You Are’에 참여하고 있으며 최근 전시는 sideshadowing (KSRoom, 콘베어그, 오스트리아, 2023)과 YCC (Young Curators Club)이 기획한 ’PATCHWORK’ (lautlos.haus, 비엔나, 오스트리아, 2023)이다. 

  • "모든 것은 무엇이 되고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시간에 의해 사건과 감정은 분해되고 다시 쌓이길 반복한다. 무엇인가 알려고 할수록 더 오묘해지는 것은 마치 흐려지는 것을 붙들어 나를 비추는 것 같아 서글펐다. 내가 어디있는가를  감지하기 보다 내가 누구인지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 좀 더 안정에 가까운 사유가 되었다. 영역을 설정하고 내부와 외부의 모양을 정의하며 어디에 존재해야하나 보다는 어떻게 자존할 것인가에대해 더 집중하기로 했다. 나를 괴롭혀왔던 포용과 구속, 탈출과 회기는 그렇게 멀어져갔다.  무엇이든 순환의 일부가 되어 어떤 것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된다. 비어있는 것이 아니다. 설령 비어있다고 해도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은 감정으로 연결되고 개인의 특질로 해체되길 반복한다." - 작가 노트 중

  • THEA | 이주선 개인전

    전시 기간 |  2024. 8. 30. - 9. 9.

    관람 시간 | 1-6pm [휴관없음]

    오프닝 | 2024. 8. 30. 19:00 

    퍼포먼스 | 2024. 8. 30. 20:00

    전시 장소 |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9길 30 지하 101호

    서문 | 이주선

    포스터 디자인 | 김경래

    영상 | 현석현

    전경 사진 | 허유

    후원 | 서울문화재단

  • 2024. 8. 30. 20:00

    이주선, Interaction, 퍼포먼스, 2024

    촬영 | 현석현